좋은글

가을시(19.09.02)

법운주 2019. 9. 4. 10:36



가을의 기도

 

― 김현승 ―

 

가을에는

기도하게 하소서.

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

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

 

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

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.

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

시간을 가꾸게 하소서.

 

가을에는 홀로 있게 하소서.

나의 영혼,

굽이치는 바다와

백합의 골짜기를 지나

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.


 

 

 

가을엽서

 ― 안도현 ―

 

한 잎 두 잎 나뭇잎이

낮은 곳으로

자꾸 내려앉습니다

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

 

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

 

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

그대여

가을 저녁 한 때

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

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


 

익어가는 가을

 

 ― 이해인 ―

 

꽃이 진 자리마다

열매가 익어가네

 

시간이 흐를수록

우리도 익어가네

 

익어가는 날들은

행복하여라

 

말이 필요없는

고요한 기도

 

가을엔

너도 나도

익어서

사랑이 되네


 

그림입니다.

원본 그림의 이름: DRW000010881314.bmp

원본 그림의 크기: 가로 1000pixel, 세로 30pixel

  

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 

    

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

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

 

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

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겁니다.

 

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

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

 

그때 자신에게 말할 수 있도록

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

최선을 다하여 살겠습니다

 

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말할 수 있도록

사람들을 상처주는 말과 행동을

말아야 하겠습니다

 

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

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

가꿔야겠습니다

 

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

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

물을 겁니다

 

그때 나는 자랑스럽게 대답하기 위해

지금 나는

내 마음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놓은

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

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

 

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

후회없는 삶을 위하여...

 

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

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

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겁니다.

 

*이 시()는 인터넷상에서 윤동주 시인이나

정용철 작가의 시로 인용되고 있으나

중증뇌성마비 장애인 김준엽 시인의

 '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'이 원작이라고 합니다.